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이 되기까지의 일주일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이 되기까지의 일주일
  • 최아영 기자, 이원영 기자
  • 승인 2014.09.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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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맘 놓고 있던 우리대학, 일주일 만에 정신없이 입장 정리해

  지난달 29일 우리대학이 2015학년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확정됐다. 우리대학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가지정되기부터 지정이 확정되기까지의 일주일을 돌아봤다.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갑작스러운 구조조정 가산점 폭탄
  올 1학기 초부터 우리대학은 특성화 사업, ACE 사업 등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힘을 써왔다. 사업계획서를 구성하면서 가산점을 받기 위해 정원의 4%인 52명을 줄이겠다는 정원감축안도 계획했다. 그러나 6월 말 두 사업 모두 탈락했다는 결과를 받게 됐고 우리대학이 준비했던 정원감축계획안은 무효로 돌아갔다. 교육부는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정원감축률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며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 왔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정부재정지원사업에 탈락한 후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명확한 대비전략을 세우지 못했다.

  7월 중순, 교육부는 이번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에서 정원감축을 계획한 대학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7월 29일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가지정된 대학이 정원감축 계획을 제출하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을 유예해주겠다는 계획을 추가로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하위 15% 커트라인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는지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될 경우의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 8월 22일 금요일]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가지정되다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발표를 일주일 앞둔 금요일, 우리대학은 교육부로부터 공문 하나를 받게 된다. 공문의 내용은 우리대학이 2015학년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가지정됐다는 것과 대학이 교육부가 정해준 감축률대로 정원감축을 이행한다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을 유예시켜 주겠다는 것이었다.

  올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은 1단계에서 전국 대학을 상대평가 해 하위 10%를 뽑은 후 2단계에서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하여 각각 하위 5% 내외의 대학을 추가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평가에는 재학생 충원율(22.5%), 취업률(15%), 등록금부담완화(12.5%),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12.5%), 전임교원확보율(10%), 교육비환원율(12.5%), 장학금지급률(10%), 법인지표(5%) 그리고 정원감축률의 1/10만큼을 부여하는 구조조정 가산점까지 총 9개의 지표가 적용됐다.

  평가 결과 우리대학은 하위 15% 커트라인에 비해 0.82점이 부족했다.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의 주요 지표인 취업률이 전년도에 비해 다소 낮아 평가에 악영향을 끼쳤다. 올해부터 인문, 예체능 계열의 취업률이 전체 취업률 지표에서 제외됐고 인문대 취업률이 타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대학은 손해를 본 면이 있다. 그 밖에도 학점관리와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이 부족해 학사관리 지표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도 평가에 악영향을 끼쳤다. 대학은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에 대한 질의답변’에서 우리대학과 비슷한 지표 수준을 갖고 있던 대학들이 대규모 정원감축을 추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대학에 불리한 평가로 작용됐다고 답했다.

  공문에서 교육부는 우리대학에 11.2%(136명)라는 정원감축률을 정해줬고 27일까지 정원감축을 할 것인지, 정원감축 대신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의 길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가 요구한 11.2%라는 수치는 기본감축률 3%에 부족분 비례감축률인 8.2%가 더해진 것으로 정원을 감축시키려는 교육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가지정된 수도권 대학은 우리대학을 포함한 9개 대학 등이었으며 같은 방식으로 감축을 요구받았다.

[ 8월 23일 토요일부터 25일 월요일까지]
이사회, 대학 측에 입장 결정 제의하다
  공문이 도착한 당일, 우리대학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가지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는 문자 메세지와 메일을 통해 모든 교수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또한 본부는 일요일에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이후 월요일, 이사회가 소집됐다. 이사회에서 홍승용 총장은 우리대학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가지정된 상황을 보고하고 이에 대해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별다른 결과가 없었고 이에 대한 대학 측의 입장을 결정해올 것을 제의하며 이사회가 마무리됐다.

  이후 본부는 또 한 번 교무회의를 진행했고 교협은 본부가 교수 회의를 진행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다음날인 화요일에 자체 교수회의를 공지했다. 
 

[ 8월 26일 화요일]
안1과 안2의 팽팽한 줄다리기
  본부가 전체 교수회의의 개최를 공지하자 교협 측은 오전에 열릴 예정이던 자체 교수회의를 간담회로 변경해 소수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상황 보고를 했다.

  오후 2시 본부가 개최한 전체 교수회의는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전체 교수회의에서 본부는 교수들의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 정원감축을 할 것인지(안1),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이 될 것인지(안2)를 두고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결과 회의에 참석한 교수 88명 중 41명이 안1을 선택했으며 38명은 안2를 선택했다. 나머지 9명은 기권을 택했다. 안1, 2가 비슷하게 선택을 받아 교수들의 입장도 팽팽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안1을 주장한 본부는 우리대학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될 경우 이미지 타격이 막대할 것이라며 정원감축을 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안2를 선택한 교수들은 이미 우리대학이 정원 5천여 명 정도의 소규모 대학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정원을 더 줄이게 된다면 대학 운영의 어려움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대학은 두 가지 안 중 피해가 최소한으로 오는 최선의 선택을 결정해야 했다. 만약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될 경우 받게 될 피해는 △2015학년도 신입생들이 국가장학금 유형2를 받지 못한다는 점 △국가나 지자체 사업 참여가 제한된다는 점 △현재 약학대가 BK21플러스 사업을 통해 지원받고 있는 1년 분 사업비를 대학이 자체적으로 부담하게 된다는 점 등이 있다.

  반면 정원 감축을 하게 될 경우의 불이익은 △지속적인 재정 손실을 겪게 된다는 점 △장기적으로 학교의 지속 가능성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 △당장 폐과나 학과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 등이 있다.

[ 8월 27일 수요일]
이사회의 입김, 확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다
  두 번째 이사회에서 본부는 두 가지 안 중 안1을 선택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사회는 본부의 안을 뒤엎으며 정원 감축은 불가능 하다고 말했다. 최병완 재단 사무국장은 “전체 정원이 5천여 명으로 소규모 대학에 속하는 우리대학이 지금 당장 11.2%의 정원감축을 진행한다면 5년 이내에 재정난에 빠지게 된다. 장기적인 판단을 했을 때 당장 정원 감축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지표 관리를 통해 내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서 제외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 회의 후 우리대학은 결국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정원감축을 진행하지 않고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을 받아들인다는 안2의 입장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 8월 28일 목요일]
학생들의 모임 후 학내 전체에 알려져
  교육부에 우리대학의 입장을 전달함으로써 우리대학은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이 되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날 4시 경 학생처는 총학생회, 신문사, 홍보기자단, 빛내미, 사회봉사단 등의 학생 대표들을 학생처장실로 모았다. 강준상 학생처장과 조윤옥 기획처장은 우리대학의 상황을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이날 저녁 총학생회는 우리대학 자유게시판에 우리대학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지정됐음을 모든 학우들에게 알렸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우리대학 학우들은 당황스러움과 대학에 대한 실망감을 표했다.

[ 8월 29일 금요일]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확정되다
  2015학년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을 지정했다는 교육부의 발표는 오후 4시에 이뤄졌다. 교육부의 발표를 살펴보면 서울 소재의 4년제 대학에서는 우리대학만이 유일하게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됐다. 지난 22일 우리대학과 함께 가지정된 대다수 수도권 4년제 대학들은 정원감축을 선택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을 받지 않게 됐다.

  교육부의 발표 후 교협은 학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학내 구성원의 단합이 필요한 때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어 총장의 담화문이 게시됐다. 담화문에는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내 총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또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운영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학교 측의 계획도 밝혔다.

내년 평가 지표 관리를 위한 노력 필요
  우리대학은 서울 내 대학 중 유일하게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이라는 결과를 받게 됐다. 현재 대학과 재단은 이에 대한 대책을 구상하고 있다. 재단 최병완 사무국장은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지정됨으로써 학생들이 받게 될 피해에 대해서는 재단 측이 100% 보상할 예정이며 내년 지표 상승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가 할 수 있는 지표 관리 등의 부분은 자체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대학 본부의 경우 “2학기 구조조정 등의 과정을 통해 지표 관리에 힘쓸 것이다”며 “우리대학의 이미지 타격을 막기 위해 보도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교수들도 지표 관리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할 예정임을 밝혔다. 익명의 한 교수는 “현재 교수들은 전임교원 강의
담당비율을 높이기 위해 좀 더 많은 강의를 진행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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