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송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4.12.08 1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11년 국외 소재 문화재의 환수와 관련해 매우 의미있는 일들이 있었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군대로부터 약탈돼 파리국립도서관(BnF)에 보관돼 있던 <외규장각의궤> 297권이 국내로 반환됐으며, 또한 일본 궁내청에서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조의궤>가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이를 계기로 해외에 소재하는 우리 문화재의 환수문제는 이제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해외로 불법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환수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세대의 당연한 과제이다. 누구나 ‘문화재 환수’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민족감정이 솟구치게 된다. 그렇지만 문화재 환수는 단순한 민족감정으로 상대방을 압박해서 해결할 수는 없으며, 왜 우리에게 문화재가 돌아와야 하는지에 대해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고증과 논리의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국외 문화재 환수문제에 대해 차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얼마나 많은 우리 문화재가 해외에 존재하는지가 문제된다. 문화재는 합법적으로 반출된 경우에도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어서 이내 숨어버리는 속성이 있는데, 더욱이 불법적으로 반출된 문화재는 오랜 기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2013년 현재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파악한 바에 의하면 해외에 소재하는 한국문화재는 총 20개국 152,915점에 이른다. 이들 국외소재 문화재가 모두 불법적으로 반출된 것은 아니며, 따라서 이들 문화재가 모두 우리나라로 환수돼야 할 대상은 당연히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들 문화재 중 절반 정도인 약 7만 5천 점의 문화재가 불법 반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법 반출 문화재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환수의 대상이다.

  외국에 소재하는 약 15만 점의 유물 중에서 일본에 약 6만 6천 점, 미국에 4만 2천 점 등 주로 일본과 미국에 집중돼 있다. 이것은 일제강점기와 미군정기 및 한국동란 등 일련의 불행한 우리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즉, 많은 우리 문화재가 국토강점과 전쟁의 혼란한 상황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문화재가 반출되는 상황은 합법적 경로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와 불법적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로 나뉜다. 예컨대 선린우호의 의미에서 문화재를 다른 나라에 선물로 기증한다든지, 외국인이 골동품을 공개시장에서 적법하게 구입하여 본국으로 가져가는 경우 등은 합법적 반출에 해당하며 그러한 문화재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에 반해 불법적 경로로 문화재가 반출되는 모습은 매우 다양하며, 반출되는 문화재의 규모도 훨씬 크다. 역사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문화재의 반출은 대개 전쟁기 또는 식민지배 시기에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제국주의시대 식민통치하에 있었던 제3세계국가들 및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정권의 지배를 경험한 많은 유럽 국가들도 그러한 불행한 경험을 겪은 바 있다. 또한 문화재는 선교사, 관광객, 고고학자 등 합법적 신분으로 국내에 체류한 사람들에 의해 도난, 사기, 밀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밀반출되기도 하고, 아예 전문도굴업자가 잠입해 문화재를 직접 도굴하여 반출하는 경우도 있다. 그밖에 외교관의 외교행낭은 상대국이 자의적으로 열어볼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하여 외교관의 귀국시 외교행낭을 통해 문화재가 밀반출되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국제택배를 이용해 문화재를 대량으로 외국으로 빼돌린 일당들이 검거된 적도 있고, 평범한 회사원이 해외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를 통해 문화재를 불법거래하다 적발된 사례도 등장했다. 이것은 문화재의 불법반출이 불행했던 과거에 자행됐던 것으로만 여겨서는 안 되고 오늘날에도 우리 주변에 상존하는 위험임을 보여준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군대로부터 약탈 당한 <외규장각의궤> 297권이 지난 2011년 국내로 반환됐다. 사진은 외규장각에 소장된 어람용 <영조묘호도감의궤>이다.     출처/ 유네스코 홈페이지

  그렇다면 문화재는 어떻게 환수할 수 있는가. 문화재의 소유권에 관한 환수분쟁에서 피탈국의 입장에서는 완전한 소유권의 회복을 목표로 한다. 예컨대 2011년 일본의 궁내청으로부터 환수한 <조선왕실의궤>는 기증의 형식으로 우리나라가 완전한 소유권을 넘겨받은 것이다. 그렇지만 문화재의 특성상 다른 나라와의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완전한 소유권이 아니라 불완전한 의미에서의 소유권 내지 정당한 점유권의 회복으로 만족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도 넓은 의미에서 환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환수방식으로는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하여 문화재를 반환하는 조건부 반환, 반환을 요구받은 문화재를 넘겨주는 대신에 이와 비슷한 정도의 문화적 가치를 가진 다른 문화재와 맞바꾸는 교환, 하나의 문화재가 나뉘어져 각기 다른 국가에서 일부씩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 이를 온전한 문화재로 결합하여 해당국가 사이에 일정기간 교대로 보유하기로 하는 시간에 따른 공유, 문화재의 소유권을 넘겨주는 것이 법적으로 제한돼 있거나 현실적인 여건이 합당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 문화재를 대여하는 형식으로 문화재를 반환하는 장기대여 등이 있다. 2006년 독일의 성 오틸리엔 수도원이 보유하던 겸재 정선의 화첩을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반환한 것은 영구대여의 대표적인 예이며 2011년 프랑스로부터 환수한 <외규장각의궤>의 경우는 5년 마다 갱신가능한 대여의 형식을 취한 것이다.

  문화재에 대한 반환문제가 국가 간의 협정에 의해서 해결되거나 외교관계상 우호적인 기증에 의해서 이뤄지는 경우에는 반환과정에서의 기술적인 절차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분쟁의 여지는 없다. 그렇지만 문화재의 반환문제는 해당 당사국 사이의 역사적·문화적·정치적·사회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종국적으로는 법적 수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법적 분쟁 해결수단은 다양하지만 가장 포괄적인 법적 분쟁 해결수단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준수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1970년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유네스코협약(이하 1970년 유네스코협약)’과 ‘1995년 도난 또는 불법반출 문화재에 관한 유니드로와협약(이하 1995년 유니드로와협약)’이다. 1970년 유네스코협약은 체약국정부로 하여금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을 막기 위한 행정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1995년 유니드로와협약은 도난 또는 불법반출 문화재에 대해서는 취득경위를 불문하고 무조건 원소유국으로 반환하도록 함으로써, 1970년 유네스코협약보다 더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양 협약은 협약이 발효되기 전에 불법반출된 문화재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고 협약 발효 이후의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이러한 다자간 국제협약은 모든 가입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므로 구체적 문제해결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최근에는 문화재 환수 분쟁을 겪고 있는 당사국끼리 양자 간 협정을 맺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2011년 프랑스로부터 환수 받은 <외규장각의궤>도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 체결된 외규장각 반환협정의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양자 간 협정도 상대국이 협상의 테이블에 앉지 않을 때에는 성사되기 어렵다. 그러한 경우에는 결국 소송을 통한 법원의 판결에 의해 환수를 꾀할 수밖에 없다. 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문화재의 소유권 입증을 위한 충분한 고증과 치밀한 법리의 주장이 필수적이다.

  문화재 환수는 섣부른 민족감정만으로 달려들어서는 안 되며, 짧은 기간 내에 소기의 성과를 낼 것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문화재를 되찾으려는 측과 이를 막아 내려는 측 사이에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어떤 이는 이를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재 환수분쟁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수많은 국외 소재 문화재의 정확한 유출경위에 대한 조사와 함께 해당 문화재의 적법·불법성에 대한 판단과 관련 외국사례들에 대한 연구 등을 통해 해당 문화재마다 고증자료를 축적하고 그에 맞춘 환수의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한 연구자료의 축적은 곧 국력으로 나타나고 그에 따라 우리 문화재를 환수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됨을 강조하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