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학술] 줄기세포, 미래 의학의 주역이 될 수 있는가?
[영화로 보는 학술] 줄기세포, 미래 의학의 주역이 될 수 있는가?
  • 정형민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5.05.04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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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영화 <제보자 (2014)>
 
이장환 박사는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해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이장환 박사의 밑에서 일했던 심민호 팀장은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고 윤민철 PD에게 제보를 하지만 여론의 거센 항의로 인해 방송이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파장을 일으킨 줄기세포란 무엇이며 줄기세포 연구는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10년 전 우리나라는 줄기세포로 인해 환희와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들이 생명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세포치료제’라는 새로운 의학기술로 치료되기를 간절히 희망했고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신의료기술 분야의 일등국가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세계의 조롱거리가 돼 버렸고 과학계는 그동안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생명·연구윤리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됐다.

  세포치료제 분야
  가장 활발히 연구돼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사회복지 시스템으로 인해 사람들은 수십 년 전보다 장수할 수 있는 시대를 맞게 됐다. 누구나 80-90살까지는 살 수 있게 됐는데 이제 남은 것은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오랫동안 질병에 시달리면서 생명을 영위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삶은 없을 것이다. 차라리 예전처럼 일찍 수명을 다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따라서 많은 선진국들은 고령화 사회에 국민의 건강복지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대부분의 G20 국가들은 자국의 전체 예산의 10-30%를 보건복지 분야에 투입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엄청난 액수의 세금을 투입하고 있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혜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늘어만 가는 환자와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난치성 질환의 급증은 고령화 사회에 따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따라서 많은 보건정책 전문가나 의료 생명 과학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의료시스템 외에도 새로운 형태의 신의료기술 개발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보고서에 의하면 향후 30년 동안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의료 생명분야는 세포치료기술과 유전자치료기술, 바이오 인공장기기술이라고 규정하고 이 분야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비단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이러한 정책을 따르고 있다. 이중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세포치료제는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다. 줄기세포란 우수한 분열능력과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를 의미하고 우리 몸의 거의 대부분의 조직이나 장기에 극소수로 존재하면서 항상 일정한 건강상태를 유지시키는 세포이다. 또한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만들어지는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만들 수도 있는데 이는 무한대의 증식과 우리 몸을 구성하는 200여 종의 세포로 분화 가능한 만능 세포이다. 10년 전 우리나라가 줄기세포 충격 속에서 헤맬 때 일본은 피부세포와 같은 체세포만을 이용해 만능세포를 만들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노벨생리의학상의 수상으로 이어져 일본은 단숨에 이 분야의 일등 국가가 됐다.

  줄기세포는 신규학문이며 기초학문분야부터 의료분야를 망라하는 종합학문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의 피나는 노력 끝에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적어도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고 이를 의약품화해 상품화하는 기술은 우리나라가 일등이다. 현재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험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2만 여건이 넘게 진행되고 있다. 10년 정도 지나면 최소 수십 건 이상의 다양한 난치성 질환을 치료 가능한 세포치료제가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치료제가 약으로서 언제 어떻게 이용되더라도 일정한 효과를 발휘해야 하고 특정한 질병의 치료제로 규정돼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살아있는 세포를 약으로 개발하는 것은 신약개발과 같은 고도의 기술력과 안전성, 효과를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방법을 나타낸 그림. 출처/식약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줄기세포
  필자는 지난 10여 년 동안 만능세포라고 하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실명을 유발하는 황반변성증을 치료하기 위해 망막세포로의 분화유도를 했다. 또한 이를 활용해 동물을 대상으로 안전성, 독성, 유효성 등 다양한 검증을 통해 실제 실명 환자에 대한 임상연구를 진행해 왔다. 황반변성증은 물체의 사물을 인지하는 광수용체 하단의 망막세포가 사멸돼 발생하는 질병으로 일단 발병되면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나 기술이 없어 결국 실명에 이르는 질병이다. 필자는 개발하는 망막세포치료제를 환자의 눈에 이식하는 치료기술이 황반변성증의 진행속도를 늦추거나 멈출 수만 있어도 대단한 치료약으로 개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 동물을 이용한 연구에서 시력의 개선 효과가 정상시력의 70-80%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고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서도 세포를 이식한 실명 환자의 70% 이상의 시력이 개선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세포치료 기술은 많은 임상연구를 통해 속속 개발될 것이다. 줄기세포에는 비단 난치병을 치료하는 세포치료 기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줄기세포로부터 얻어지는 다양한 세포를 활용해 실제 인체 조직이나 장기를 모사하는 기술이 개발돼 신약개발이나 대체장기 연구에서 동물을 이용하는 것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정확한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3D 프린팅 기술과도 접목해 생체고분자 소재와 줄기세포가 혼합된 임플란트, 피부조직 등의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과학적, 윤리적 검증 통해
  치료기술 개발돼야 해
  줄기세포는 단순히 질병 치료를 하기 위한 수단을 벗어나 전 생명과학분야의 필수적인 연구재료로써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연구개발은 단순히 학문적, 의학적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산업군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수많은 벤처기업이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이고 최근에는 거대 제약사까지 이 분야의 연구개발에 직·간접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통해 얻어지는 막대한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효과는 곧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식해 범정부 차원에서 절대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민간에서도 활발한 연구개발 성과를 속속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명과학은 우리가 꿈꾸는 가상의 현실 세계를 실제 상황으로 만들어 내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아마도 줄기세포 연구는 질병의 치료 외에도 노화를 예방하여 무병장수의 시대를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기술로 개발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된다. 10년 전 사고가 재현되지 않도록 철저한 과학적, 윤리적 검증을 통해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치료기술이 개발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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