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돋보기] 벌레가 된 엄마
[이슈돋보기] 벌레가 된 엄마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5.10.06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인터넷에선 ‘일베충’, ‘설명충’, ‘진지충’ 등 각종 단어에 ‘충’ 자를 붙인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여기서 ‘충’은 한자 벌레 충(蟲)에서 나온 말로 단어 끝에 붙어 대상에 대한 비하와 조롱, 나아가 혐오의 뜻을 드러낸다. ‘맘충’이라는 말도 엄마를 뜻하는 ‘맘’에 ‘충’자를 붙여 아이를 핑계로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엄마들에 대한 혐오를 내포한다.

 

한 유명 커피전문점을 방문한 아이 엄마가 머그컵에 아이의 오줌을 받았다는 목격담과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네티즌들은 이 아이 엄마를 '맘충'이라 부르며 비난했다.  사진캡쳐 / 인터넷커뮤니티

  맘충이라는 말이 어디서 처음 탄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의 실시간 채팅창에서 활발히 사용되면서 더욱 퍼지기 시작했다. 마리텔 방영 초기 20대 시청자들이 대부분이었던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채팅방은 그의 가정식 요리비법과 재치있는 입담이 인기를 끌면서 아이 엄마들까지 끌어모았다. 그러나 ‘○○맘’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몇몇 아이 엄마들이 ‘백종원 뒤에 귀신이 보인다’는 장난을 치거나 ‘우리 아이의 이름을 불러 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하는 등 소위 방송의 재미에 물 흐리는 행동을 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방송의 흐름을 끊고 재미없는 말을 하는 아이 엄마들을 조롱하며 맘충이라고 불렀다. 

  재미로 부르게 된 맘충이라는 말은 인터넷 세상을 넘어 현실 세상에서 무개념 엄마들을 칭하는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지나치게 소란스러운 아이를 통제하지 않거나 카페나 식당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그 기저귀를 식탁에 두고 가는 엄마들에게 맘충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것이다. 실제로 한 아이 엄마가 카페에서 머그컵에 아이의 소변을 받는 사진이 인터넷 상에 올라와 네티즌들은 그녀를 맘충이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한 임산부는 외국 항공사의 이코노미 항공권을 공짜로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한 포털사이트에 영작을 부탁하는 글을 올려 비난을 샀다. 그녀는 자신을 ‘내년 초순 출산을 앞둔 임산부’라 밝히곤 ‘우리 부부와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며 항공권 업그레이드를 요청해 많은 이들에게 ‘레전드 맘충이 나타났다’는 조롱을 받았다. 

   맘충이라는 신조어가 널리 퍼지면서 무고한 아이 엄마들까지 조롱의 대상이 됐다. 어느 인터넷 카페에서 한 엄마는 ‘아이와 함께 길을 가는데 초등학생 무리가 자신을 맘충이라 불렀다’며 ‘맘충이 무슨 뜻인 줄 아냐고 물었더니 도망갔다’고 호소했다. 단순히 인터넷 신조어라고 생각되던 맘충이라는 말이 아무 잘못도 없는 엄마들에게까지 상처를 주고 있다. 또한 아직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충’과 같은 말들을 접하면서 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문제도 생겨나고 있다.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부모는 분명 문제가 있고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세상의 중심을 자신과 자신의 아이로 생각하고 하는 행동은 타인에게 불쾌감을 준다. 아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의 등장도 어쩌면 그들의 무례한 행동이 초래한 결과일 수 있다. 무개념 행동을 한 부모들은 본인의 행동을 돌아보고 자신들이 받은 비판을 통해 잘못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말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신조어의 무분별한 사용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날 수 있어 위험하다. 불과 몇 년 전에 등장한 신조어 ‘김치녀’는 남자의 경제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물욕을 채우려 하는 ‘일부’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점차 인터넷상에서 빈번하게 쓰여 현재는 한국 여자의 특징을 일반화하는 듯한 말이 됐다. 맘충 역시 지금은 일부 무개념 엄마들을 비난하는 호칭으로 쓰이고 있지만 이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할 경우 아이를 가진 엄마들을 일반화하고 이들을 무조건적으로 혐오하는 인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유진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경묵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전유진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