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기자석]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 손정아 기자
  • 승인 2016.09.2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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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경북 경주 일대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일어났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망자는 없었지만 부상자가 6명 발생했다. 우리나라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강진과 연이은 여진으로 한국이 이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북 일대 학교의 학생들이 지진 당시 상황을 SNS에 올려 논란이 일었다. 지난 12일 부산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학교에서 1차 지진이 발생한 후 1, 2학년만 귀가시키고 우리에겐 자습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학부모의 문의전화에도 학교 측은 “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고 결국 2차 지진이 일어나고 나서야 교사들은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학생들은 교사의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교실을 벗어날 수 없었고 “핸드폰을 하지 말라”는 말에 가족들과 연락조차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경주 관내 학교들의 지진 대응 현황 자료에 따르면 1차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88개 학교 가운데 42곳이 대피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2차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무려 11곳이나 대피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대피를 막은 교사들은 “수시 원서를 쓰는 중요한 기간이라 학생들이 나가지 못하게 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각 학교에 전달한 지진 대피 매뉴얼에 따르면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대피하고 교실 밖에서는 건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진 넓은 공터로 대피하라’고 적혀있다. 또한 ‘교사는 각 학급의 전원을 차단하고 출입문을 개방하고 정해진 대피경로를 따라 이동’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떠올랐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기다리라’는 방송을 무시하고 탈출한 승객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객실에서 선원들의 안내와 해경의 구조를 기다렸던 승객들은 희생됐다. 비상상황 시 지휘관인 선장 및 선원들의 말을 들었던 사람들이 희생된 그 상황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우리는 엄청난 희생자를 남긴 이 날의 참사를 잊지 않고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시위했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그런데 이런 참사를 겪은 지 채 2년 반이 지나지도 않아 가장 먼저 학생들을 대피 시켜야 하는 교육기관의 미흡한 대처는 많은 사람의 질타를 받아 마땅했다.

  사람의 안전보다 중요한 입시는 없고 사람의 안전보다 중요한 공부는 없다. 학교 내의 질서는 학생이 있을 때 가능하다. 학생들에게 재난 대피 훈련을 가르치면서 정작 재난 상황에서 대피하지 못하게 하는 모순은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정확히 보여준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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