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니동 캠퍼스에 새로운 미술이 온다
운니동 캠퍼스에 새로운 미술이 온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04.05.22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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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흰 벽에 밝은 조명, 깨끗한 대리석 바닥, 그리고 조용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한 그곳의 분위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약간의 불편함과 알 수 없는 어색함을 느끼게 한다. 미술관은 집에서 가만히 누워있다가도 갈 수 있는 근처의 영화관과는 다르다. 좋게 말해 소수의 문화이지 철저히 대중에게 외면 받고 있는 ‘미술’이라는 분야를 접할 때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에게 ‘미술’은 감상하며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아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며 공부해야 할 ‘학문’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는 기존의 고정 관념을 확 깨줄 만한 전시와 기획으로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고 할 수 있다. ‘대안공간 루프’의 주체로 우리학교와 SBS가 공동으로 참여한 이번 전시회는 상업화랑이 아닌 대안공간을 이용하여 대중들과 ‘미술’ 사이의 그 먼 거리를 좁힌 것이다. 하루 종일 수백명의 학생들이 들락날락거리는 학생회관과 상업 문화의 원천인 방송국에서의 미술작품 감상은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미술관’의 이미지와는 다를뿐더러 생소하기 조차 하다. 하지만 ‘학교’라는 특성을 이용한다면 앞으로의 문화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학생들에게 미술 또한 생활의 일부임을 즉 우리 삶의 한 부분인 문화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친구들과 어울려 오고 가면서 눈으로 보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곧 감상의 시작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SBS 또한 이 행사를 계기로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질 높은 문화 컨텐츠를 제공하고 국내 미술계에는 신선한 자극이 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는다 하니 방송국에서의 미술 작품 전시 또한 설득력 있는 기획으로 여겨진다.
 이렇게 전시 공간 못지않게 는 그 구성 및 내용에 있어서도 새롭고 신선한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1990년대 이후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라는 정치, 경제, 문화적 블록에 대한 성찰과 조망을 위해 기획된 만큼 아시아 11개국 큐레이터 18명이 선정한 46명의 단채널 영상 미술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또한 새로운 표현 매체로 주목받고 있는 영상을 광고나 영화와 같은 상업화방향이 순수한 미술 매체로 표현하고자 하는 그 시도답게 에니메이션을 포함, 다양한 실험적 형식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 중 김재정 작가의 작품은 텔레비전 화면 속 이미지와 폴로라이드 사진의 이미지가 합쳐지는 구성으로 눈길을 끈다. “무엇인가에 구속되어져 살고 있는 도시인의 모습과, 이를 다시 사진기의 사각 프레임 속에 가두고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영상으로 기획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에서는 네모난 영상의 틀 속에 하루 종일 시선을 맞추고 있는 딱딱하고도 건조한 현대인의 일상이 보이는 듯 하다. 이 밖에도 돌을 살아 있는 시간으로 지정, 돌의 쌓아짐과 부숴짐을 그린 작가 ‘To the woods’의 또한 건조한 흑백화면에서의 반복되는 움직임을 통해 속도와 충돌을 그리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이 전시회는 앞으로 2차까지 진행되어 29일부터는 4주간 주말마다 우리학교 운니동 캠퍼스에서 야외 상영이 된다고 한다. 맑은 자연과 더불어 여름 밤, 새로운 문화의 세계를 맛 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혹은 미술이라는 장르에 대한 그 어떤 공부도, 사전 준비도 필요 없다. 다만 충분히 보고 느끼고 생각 할 줄 아는 여유만 갖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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