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더이상 노처녀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노처녀가 아니다
  • 배은정 기자
  • 승인 2004.11.22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지내는 21세에서 39세사이의 미혼여성은 약 697만명. 우리나라 총인구가 4천 6백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6~7명 중 한명 꼴로 미혼 여성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 5년마다 시행되는 통계청 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3~40대 미혼 비율은 95년 15%에서 2000년
22.8%로 증가했다. 또한 여성들 스스로 생각하는 결혼적령기가 29세에서 30세로 늘어났고, 초산인구의 64%가 30세를 넘어 출산을 하며 평균 미혼기간이 7~8년 가량 된다는 보고도 속속 나오고 있다. 또한 인생에 대한 가치척도의 변화와 여성의 교육기회 확대로 취업률이 증가하는 등의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미혼 여성이 점점 증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를 얻는 등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영화나 드라마속에 등장하는 미혼 여성들의 경우 번듯한 직업에 남부럽지 않은 남자친구와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독립적이고 자유분방한 여성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미혼 여성들의 화려한 생활은 많은 미혼 여성들로부터 부러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결혼할 나이가 지났음에도 결혼하지 ‘못’하는 나이 꽉 찬 처치곤란 노처녀로 묘사하는 등 지극히 이중적 인식으로 미혼 여성을 비추고 있다.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아왔던 미혼
여성의 이미지와 많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미혼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은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모습처럼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미혼 여성들은 결혼만이 정상적인 삶이라는 통념하에 비정상적이고 미성숙한 어른으로 규정하는 사회적인 시선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 미혼 여성에 대한 의미가 많이 바뀌었다 해도 결혼적령기를 나이와 연결지어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은 여전히 스트레스감이다. 실제 회사원인 전모씨(33세)는 “나이도 있는데 빨리 결혼해서 애를 낳아야지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그럴 때면 내가 꼭 애를 낳아야만 하는 기계가 된 것 같다”고 토로한다. 이처럼 결혼적령기는 결혼이 정상적인 삶의 방식이며, 결혼하기에 적합한 나이가 있다는 통념을 재생산하고 있다. 서강대 사회학과 조옥라 교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나이는 여성의 가임능력과 육체적 매력을 중심으로 성별화 되어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 전후를 중심으로 여성성의 내용이 달라지는데 결혼전에는 육체적 매력이 여성성을 지배하고 결혼 후에는 모성이 여성성을 지배한다”고 말한다. 이는 여성을 단지 육체덩어리로 보는 남성들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며 여성이 꼭 결혼을 해야만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는 인식을 더욱 더 강화시키고 있다. 결혼적령기 아래 여성들을 결혼제도로 옭아매고, 인생에서 한 단계 실패한 자로 인식하게 하는 사고방식은 결혼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미혼 여성들에 의해 많이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 변해야 한다.

 최근에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이라는 의미의 ‘미혼’보다 스스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비혼(非婚)’이란 용어를 사용해 주체성을 강조하는 추세며 점점 이런 비혼 여성이 늘고 있다. 비혼을 선택한 여성들 하면, 경제적 능력을 갖춘 커리어 우먼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실제 미혼 여성들이 위에서 언급했듯이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다. 전문직종을 가지지 않은 이상 여성 취업자의 절반이상이 비정규직인 한국 사회현실에서 남부럽지 않은 비혼 여성이 되기란 쉽지 않다. 이는 미혼여성의 경우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여성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제까지 미혼 여성은 미디어를 통해서 일에 대한 성공 욕구가 크고 독립적이며 당당한 이미지로 그려져왔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그녀들은 결혼적령기와 나이를 연관 짓는 주변의 시선에 고뇌한다. 미혼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며 직장생활, 연애, 여가생활 등에서 활기차고 계획성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하는 것은 어느 정도 맞다. 하지만 이는 미혼여성만이 그렇다기보다는 모든 여성들의 바람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다시금 인식해야하며 미혼 여성이 처해있는 사회적인 상황, 조건과 더불어서 독립적인 삶을 살고자하는 그들의 의지를 이해해야할 것이다. 또한 미혼·비혼
여성들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 그녀들을 바라보는 올바른 사회적시선의 변화에도 더욱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