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자살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습니까?
당신은 자살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습니까?
  • 김지향 기자
  • 승인 2005.03.2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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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自殺), 글자 그대로 스스로를 죽이는 행위로써 고의적으로 자신에게 부과한 죽음을 말한다. 흔히 자살은 개인에게 심한 고통을 주는 위기나 어려움을 탈출하려는 극단적인 시도로 해석되며, 인간의 10대 사망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에서 자살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하루 평균 30명으로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에 유명한 영화배우 이은주 씨의 충격적인 자살 사건 이후, 인터넷 검색어 1위는 한동안 ‘자살’이 차지하기도 했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자살’들을 보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자신이 저지른 부정이 드러나자 한강 다리 아래로 몸을 던진 정치가들도 이미 여럿이 있었으며 수능과 같은 큰 시험 후에 성적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들도 있었다. 불과 몇일 전 3월19일에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이 모씨(24, 대학생)가 사법고시에 2년 연속 낙방하여 목을 메어 숨지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3월 18일, 부산에 사는 한 여대생이 다이어트에 실패하자 바다에 투신하는 일도 있었으며, 가끔씩 조심스럽게 터져나오는 군(軍) 내에서의 자살 소동 등 제법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사연으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자살’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본사에서 본교 학생 2백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16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무려 68.5%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해 많은 학생들이 자살을 생각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죽고 싶었던 이유로는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아서’가 약 51.3%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가족과의 불화때문에’라는 응답이 16.9%, ‘성적을 비관하여’가 11.7%로 그 뒤를 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밖에 기타의 의견으로 ‘그냥 짜증나서’ 등의 답변도 심심찮게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일부 학생은 자살을 가볍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자살예방협회 안장진 국장은 “젊은 사람들의 자살 시도는 충동적인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우리 나라에서의 자살 시도는 인구 10만명 당 평균 2백명 정도로 그 중에서 실제 죽음에까지 이르는 사람인 평균 24명의 8배가 되는 수치이다. 이는 많은 사람이 자살을 시도하지만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문 조사에 참가했던 2백명의 학생 중에서 ‘실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학생은 11명으로, 이를 10만명으로 환산하면 5백50명이나 된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 병원 정신과 남윤영 교수는 “우리나라 평균 자살 시도율을 넘는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보통 남자보다는 여자가 자살시도를 많이 한다”고 분석했다. 여자가 남자보다 자살시도를 더 많이 하는 이유는 남자는 몸을 투신하는 등 과격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에 비해, 여자는 덜 치명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보다 섬세한 여성의 심리 또한 여성의 자살 시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이런 점을 보아서 우리 대학 특성상 여성들만이 답에 응했기 때문에 다소 수치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또한 남교수는 “25세 미만의 젊은 층은 욱하는 충동으로 자살을 시도하기 때문에 그 방법이 철도에 뛰어드는 등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회진을 갔던 한 고등학생도 홧김에 공업용 알콜을 마셨다가 눈이 멀어 극심한 후회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의 사망률 추이 자료에 따르면 교통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지난 96년에는 인구 10만명 당 38.3명에서 2002년 19.13명까지 줄어든 데 비해,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92년 9.7명에서 2003년 24명에 이르는 등 자살율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자살을 막기 위해 반포대교에는 윤활류를 발라놓아 교각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하였고, 심지어 몇일 전에는 한강대교의 푸른빛 심야 조명이 우울한 느낌을 주어 자살을 조장한다고 하여 금지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특별한 자살 예방 대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미국은 자살은 ‘예방이 가능한 공공의료의 문제’라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정부 산하기관인 자살 예방센터를 설립하여 매년 100억원 가까운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또한 자살상담 핫라인에서 전문성을 가진 전담요원이 상담을 맡고 전화를 거는 사람의 전화번호와 주소가 경찰에 자동 저장되어 자살 예방에 큰 효과를 얻는다. 영국은 국가가 나서 2010년까지 자살률을 20% 감소시킨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프랑스 또한 자살 예방과 국민의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해 지역건강협의회를 설치하였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자살율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는 등 이미 선진국에서는 자살예방 프로젝트가 탄탄히 짜여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 나라 정부의 대책은 미비한 수준이어서 국가적 차원의 자살 예방 프로그램의 개발이 절실한 실정이다.

 남윤영 교수는 “자살을 하려고 전철에 뛰어드는 사람을 잡아서 살려놓으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고 한다. 즉, 그 당시의 충동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의 옆에 함께 있어주고 칼과 같은 위험한 물건을 치운다면 자살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한 사람의 자살은 주위의 6명에게 자살의 충동을 느끼게 하는 무서운 전염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한 행동이 되는 셈이다. 또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느끼는 스트레스에 대한 인내력을 기르고 적당히 즐기며 해소하는 것도 자살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자살로 인한 죽음들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으며, 고의로 생명을 끊는 살인 행위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가 파생된다. 자기 자신의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에서 나아가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를 극복하여,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때 모두가 더불어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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