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간에도 대한민국 곳곳에는 촛불이 빛나고 있다
지금 이순간에도 대한민국 곳곳에는 촛불이 빛나고 있다
  • 김지향 기자
  • 승인 2005.05.28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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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는 이제 과격한 시위의 모습에서 국민들이 함께 호흡하는 소통의 장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

 

서울의 심장이라 불리는 ‘광화문’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단연 3년 전 한?일 월드컵을 맞이하여 모두 붉은 옷을 입고 광화문 거리로 나와 ‘대한민국’을 외치던 때가 아직도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 나라 국민이 어느 때 이렇게 하나 된 마음, 하나 된 행동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가.

축구로 발견된 하나 된 모습은 집회에 모여든 시민들의 모습과 교차된다. 대부분의 집회가 광화문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이제 이 곳은 집회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서울의 중심으로 정치 권력의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으며, 미대사관과 가까이 위치하는 탓에 근래에는 ‘이라크 파병 반대’와 ‘쌀 개방 반대’를 주장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서울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2004년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시위 집회는 6천6백89건, 참여 인원은 186만 3천여 명으로 매주 18건 이상의 크고 작은 집회들이 열리는 셈이다.

집회하면 떠오르는 격양된 목소리에 흥분한 집회 참가자들 그리고 이에 대치하는 경찰의 폴리스 라인까지, 다소 폭력적이고 긴장감이 팽팽한 그곳에 어느 순간부터 촛불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2002년 6월 경기도 지방도로에서 중학생 신효순, 심미선 양이 미군 장갑차량에 깔려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단이 된 것이다. 이 사건은 월드컵과 제 16대 대통령 선거의 열기에 묻혀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잊혀지는가 싶다가 한 시민이 두 여자 중학생을 추모하자는 뜻으로 인터넷을 통해 촛불 시위를 제안한 것이 그 시작이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 추모의 성격을 띄었으나 미국이 사고 책임자에게 일방적으로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반미 시위로 이어지게 되었고, 더불어 촛불 시위는 기존의 시위와는 달리 평화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국민의 폭발적 반응을 받는 시위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촛불 시위는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이런 집회에 대해 평소 정치권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밝힌 정지연(대학생?22) 씨는 “관심이 없다가도 집회가 열리면 한번쯤은 더 눈길이 가게된다”며 “촛불시위가 주는 군중심리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또 신수철(대학생?21) 씨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열린 공간에서 표현하는 것은 인터넷과 같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보다 발전적으로 보인다”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함을 골자로 한다. 대부분의 집회나 시위가 다수가 공동 목적을 가지고 도로나 광장 등을 막아 불특정 다수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여론을 형성시키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집회는 민주 국가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써의 자유권을 지닌다. 하지만 워낙 집단의 행동력이 크다보니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통행을 방해하거나 지나친 소음을 내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한다. 민세준(대학생?23) 씨는 “집회가 열리면 서울 시내 교통이 불편하고 시끄러우며, 무엇보다 집회로 인한 긴장상태가 가장 문제인 것 같다”며 불편한 마음을 토로했다. 시민이 느끼는 이러한 불만의 대책은 손동권(건국대 법학과) 교수가 논문에서 제시한 ‘집단 행진을 무조건 허용한 집시법 조항을 삭제하고 소음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한다’는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광화문과 더불어 대학로도 집회의 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주노동자 농성 200일 기념’ 집회가 열리던 작년 5월 30일, ‘대학로 문화 발전위원회’는 대학로는 문화와 예술이 집약된 공간임에 불구하고 잦은 집회 및 시위로 인해 대학로 본연의 의미를 잃고 있음을 강조하며 ‘대학로를 살리자!’는 내용의 피케팅을 진행해 상반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집회 및 시위를 두고 찬반의 목소리가 엇갈리는 가운데, 집회가 전보다는 생활과 밀접한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았음은 고교내신 등급제를 반대하는 고등학생들에게 까지 확산된 이번 사례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내신 입시 경쟁의 부당함과 두발 자율화를 주장하며 촛불 집회를 주최한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 교육위원장 임선재 씨는 “아이들의 요구는 단지 투정으로 생각할 뿐 진지하게 고민해준 어른이 없었다. 고등학생들도 자신들의 문제에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되었다”며 “고등학생이 집회를 갖는 첫 번째 사례로 남을 것이며, 교육부의 성실한 답변을 들을 때까지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응렬(계명대 경찰학부) 교수 역시 “고등학생이라고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이번 집회는 바람직한 현상이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많은 시민들이 너도 나도 손에 촛불을 들고 도심 광장을 가득 메우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조심스레 한 가지 우려가 생긴다. 집회 속에 내포되어 있는 이념갈등이나 지역갈등 그 자체가 하나의 극단으로 치우쳐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한껏 고조된 감정을 조금 누그러뜨리고 상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는 공론화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인훈의 장편 소설 ‘광장’이 의미하는 ‘인간적인 교감이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공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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