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해 미리 냅니다, 미리내 운동
당신을 위해 미리 냅니다, 미리내 운동
  • 손민지 기자
  • 승인 2014.03.17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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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기부 ‘미리내 운동’ 속으로

  최근 미리내 운동의 일화가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버스비가 없어 안절부절못하는 할머니 대신 만 원을 내며 “앞으로 할머니처럼 버스비가 없는 승객이 있다면 이 돈으로 버스를 태워달라”고 했다는 일화가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누군가를 위해 ‘미리 내는’ 새로운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당신을 위해 미리 낸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미리내 운동’에 대해 살펴보자.

  미리내 운동의 시초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

  미리내 운동의 시초인 ‘서스펜디드(suspended) 커피 운동’은 약 100년 전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지방에는 가난했던 시절 서로 돕고 살자는 생각으로 자신의 커피 한 잔을 사며 다른 사람의 커피 값을 미리 내고 가던 ‘카페 소스페조(caffe sospeso)’라는 풍습이 있었다. ‘맡겨둔 커피’라는 뜻의 이 풍습은 선불로 계산해 놓은 커피를 노숙자들이 와서 마실 수 있도록 하는 시민들과 카페의 배려였다. 그러나 이 착한 커피 기부문화는 이탈리아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함께 사라졌다. 경제활동으로 각박해진 생활 탓에 타인을 생각할 여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취를 감춰가는 듯했던 커피 기부문화는 2010년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서스펜디드 커피’라는 이름으로 운동본부가 만들어지며 부활했다.

  미리내 운동, 커피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의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과 같이 누군가를 돕기 위한 작지만 착한 기부인 미리내 운동이 시작됐다. 지난해 5월에 시작된 미리내 운동은 이름 그대로 누군가를 위해 ‘미리 낸다’는 뜻과 더불어 우리나라 고유어로 ‘은하수’라는 뜻을 갖고 있다. 누군가를 위해 미리 내는 작은 별들이 모인 은하수로서 우리 사회를 빛내길 바란다는 뜻이다. 미리내 운동은 통상적인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 방식을 사용하지만 커피에 국한된 외국과는 다르게 세계 최초로 국밥, 햄버거 등 다방면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미리내 운동을 처음 도입한 미리내 운동본부장 김준호 동서울대 전기정보제어학과 교수(이하 김 교수)는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을 보고 커피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작은 기부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각박해진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미리내 운동 시작 이유를 밝혔다.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미리내 운동

  현재 전국 약 150여 개의 미리내 가게가 미리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부터 제주도, 일본의 한 카페까지 널리 확산되고 있는 미리내 운동은 이제 카페, 식당뿐 아니라 온천, 미용실, 네일숍 등의 업종에까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미리내 운동이 시작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미리내 가게들이 따뜻한 나눔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다. 이는 누군가를 위한 조그마한 성의 나누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예상 외로 많은 분들이 미리내 운동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기쁘다”며 “당분간은 미리내 가게를 늘리기보다 현재 있는 미리내 가게 관리와 발전에 힘쓸 계획이다”고 말했다.

  미리내 운동, 대학생과 손을 잡다

  미리내 운동본부, 미리내 가게들과 더불어 미리내 운동을 알리기 위해 힘쓰는 대학생들도 있다. 고려대의 ‘미리내 대학생 기획단(이하 기획단)’이 바로 그들이다. 고려대 앞에는 9개의 미리내 가게가 있으며 기획단에는 현재 총 10명의 학생이 소속돼 고려대 팀과 서울시청 팀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기획단 총괄팀장을 맡고 있는 이정준(고려대 4) 학생은 “소통하는 미리내 가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미리내 운동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기획단에서는 미리내 가게 한 곳을 두 명의 학생이 맡아 운영자와 교류하고 과정과 결과를 페이스북에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외에도 고려대-연세대 정기전, 유니브 엑스포 등 온오프라인에서 꾸준한 홍보를 하고 있다. 기획단에서 서울시청 팀장을 맡고 있는 이승렬(고려대 2) 학생은 “자본주의 4.0시대, 타인과 공유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며 “네 것, 내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이라 느끼길 바란다”고 미리내 운동을 추천했다.

고려대 '미리내 대학생 기획단'의 선민영(좌) 단원, 이정준(가운데) 팀장, 박혜원(우) 단원사진 / 손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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