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명한 목적의 사립대학 적립금, 사립대학의 자기 배 불리기인가
불분명한 목적의 사립대학 적립금, 사립대학의 자기 배 불리기인가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4.04.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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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적립금 규모 증가하지만 교육 환경, 등록금은 그대로

  사립대학 적립금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에서 오랫동안 불거져왔다. 대학이 등록금을 당장의 교육 환경 개선보다 언제 쓰일지도 모르는 적립금 축적에 사용한다는 의혹 때문이다. 재정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등록금 인하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한편으로는 높은 적립금을 쌓는 사립대학들. 사립대학의 적립금에는 어떤 문제가 존재하며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적립금이 대체 뭐지? 
  적립금은 법인이 특정 목적을 위해 이익의 일부를 보류하고 적립해 두는 기금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사립대학에서의 적립금은 대학이 훗날 특정 사업을 위해 적립하는 기금으로 대학 자체의 적립금(이하 교비 적립금)과 학교 법인의 적립금(이하 법인 적립금)으로 이뤄진다.

적립금은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열악한 교육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개선은 미뤄둔 채 과도하게 적립금을 쌓거나 예산을 불합리하게 운용하는 일부 대학들의 적립금 실태가 문제시되고 있다.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사립대학 적립금
  대학교육연구소가 전국 사립대학 125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사립대학 이월·적립금 현황’에 따르면 사립대학들의 적립금은 1995년 1조 2,707억 원에서 2012년 8조 8,848억 원으로 8배가량 증가했다. 적립금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은 1990년대 외환위기를 겪으며 재정 운용에 불안을 느낀 대학들이 본격적으로 적립금 쌓기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교비 적립금과 법인 적립금을 나눠 분석해보면 교비 적립금은 1995년 9,594억 원에서 2012년 8조 125억 원으로 8.4배 대폭 증가했으며, 법인 적립금 역시 1995년 3,113억 원에서 2012년 8,723억 원으로 2.8배 증가했다.

  사용 목적이 부정확한 ‘기타적립금’이 문제
  적립금은 적립 목적에 따라 △연구 △건축 △장학 △퇴직 △기타적립금 등으로 구분된다. 2012년 사립대학의 교비 적립금 내역을 살펴보면 건축적립금이 45.6%(3조 6,529억 원)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기타적립금이 27.8%(2조 2,289억 원), 장학적립금이 17.1%(1조 3,720억 원)를 차지했다.

  법인 적립금은 기타적립금의 비율이 73.0% (6,371억 원)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건축적립금이 19.2%(1,678억 원)를 차지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이하 임 연구원) “적립금액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적립금 내역 중 기타적립금의 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다”며 “대학들이 사익을 위해 특정한 사용 목적이 정해져 있지 않은 기타적립금의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적립금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 대학? 누구를 위한 적립금인가
  사립대학의 적립금 축적은 등록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립대학들은 대학 운영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대학의 적립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적립금 축적에 사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낸 등록금이 당장의 교육 여건 개선에 쓰이지 않고 언제 쓰일지도 모르는 적립금으로 들어가는 데에 불만을 갖고 있다. 사립대학 적립금액 규모에서 전국 4위를 차지하는 수원대(2012년 결산 기준)에서는 재학생 88명이 총장과 학교법인이 수천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건 바 있다.

  또한 대학들이 적립금 항목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축적립금을 사용하지 않고 쌓아놓고만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립대학들이 법인 예산이나 적립금을 들이지 않고 민간 자본을 유치해 손쉽게 기숙사를 지으면서 대학 기숙사비가 지나치게 많이 오르는 등 학생들이 져야 할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적립금은 늘어나는데 등록금은 왜 줄이지 못할까
  2011년 적립금을 500억 원 이상 보유한 사립대학 45개교를 대상으로 2012년 적립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28개교에서 전년대비 적립금이 증가했다. 28개교 중에는 지난해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 인하율인 4%에도 못 미친 대학들이 17개교나 됐다. 이 대학들은 재정상의 어려움 때문에 등록금을 소폭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더 이상의 등록금을 인하할 여력이 없을 만큼 재정상의 어려움이 크다면서도 적립금을 늘리는 대학의 태도에 많은 학생들은 의문을 품고 있다.

  적립금 문제 해결하려면
  사립대학들의 적립금이 과도하게 늘어난 것은 적립금을 규제하는 이렇다 할 정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2009년 12월 관련 법령을 개정해 교비회계를 등록금회계와 기금회계로 구분했다. 그리고 등록금회계에서는 건물이나 기계 설비 등 고정자산의 가격 감소를 보상하기 위한 비용인 감가상각비만큼만 건축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또한 작년 교육부는 사용 목적이 정해져있지 않은 기타적립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타적립금의 적립과 사용내역을 명확히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타적립금’의 명칭을 ‘특정적립금’으로 변경하고 ‘특정적립금’은 학생취업장려기금, 산학협동촉진기금 등 적립 목적을 구체적으로 지정해 적립하도록 했다.
임 연구원은 “현재 정부는 사립대학에게 적립금 사용 내역을 세세하게 공개하도록 해 적립금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현행법대로라면 대학들이 적립금의 이름만 바꿔가면서 충분히 법망을 피할 수 있다”며 “일정한 교육 여건을 충족한 뒤에 적립금을 쌓게 하는 등 직접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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