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대학, 학생 중심의 교육을 꿈꾸다
대안 대학, 학생 중심의 교육을 꿈꾸다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5.03.31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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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대학 사례 통해 대학의 목표 다시 생각해봐야

  ‘대안 학교’라는 개념이 이제는 잘 알려진 편이지만 ‘대안 대학’이라는 개념은 아직 생소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10개의 대안 대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 대학은 주로 일반 대학들이 대학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새로운 대학을 꿈꾸는 대안 대학 중 하나인 ‘풀뿌리사회지기학교’를 찾아갔다.


 

신촌에 위치한 북카페 체화당에서 풀뿌리사회지기학교의 수업이 주로 이뤄진다. 사진/이원영 기자

  방향을 잃어가는 대학들
  그사이 태어난 대안 대학
  정부의 끊임없는 대학 정원 감축 요구에 각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등 학과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학과 학과들은 취업률로만 평가받고 취업률이 낮은 인문, 예체능 계열의 학과들이 학과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대학을 튼튼하게 지탱해야 할 기초학문들이 무너질 위기이다. 사람들은 대학이 본연의 기능을 잃고 취업학교로 전락한 현실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정부의 압력에 대학은 정책을 따라야 할 뿐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교육을 지속하기 어렵다.

  대학이 힘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최근 몇 년간 대안 대학의 수가 늘어났다. 2000년대 초 1-2개 정도에 불과했던 대안 대학은 최근 3-4년 사이 약 10개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대안 대학들은 어느 것에도 종속되지 않아 자신들만의 교육 목표에 알맞은 프로그램들을 주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의 경우 ‘풀뿌리’라는 개념에 가치를 두고 이에 특화된 교육을 하고 있다. 이성민 학교지기(이하 이 학교지기)는 “풀뿌리가 삶과 생명의 바탕인 것처럼 사회의 근본인 시민들이 공동체를 이룰 때 사회 변화가 가능하고 새 사회가 열린다”고 말했다. 현재 풀뿌리사회지기학교는 교육을 통해 지역을 회생시키는 지역소생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일반 대학이 아닌
  대안 대학으로 향하는 이들
  지난 2015학년도 수능 응시자는 59만 4,835명이었다. 해마다 수십만 명의 학생들이 대학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취업에 필수가 돼버린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대학 진학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새도 없이 대입을 준비하고 있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에는 매학기 10명에서 20명 사이의 학생들이 찾아오고 있다. 대안 대학을 찾는 학생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이 학교지기는 “대안 대학에 오는 학생 중 대안 교육을 경험하고 오는 사람이 절반, 한 번도 대안 교육을 경험한 적 없는 사람이 절반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안 교육은 초, 중등 과정에 비해 고등학교 과정이 부족하다. 이에 중학교 졸업 후 1년 정도 홈스쿨링을 하다가 대학 수준의 공부를 원해 대안 대학에 오는 사람이 많다. 대안 교육을 경험한 적 없는 사람들 중에는 일반 대학에 진학했다가 오는 사람이 대다수다. 대학에 입학했지만 대학 교육이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아 다시 대안 대학으로 입학하거나 일반 대학 졸업 후 배움에 부족을 느껴 대안 대학을 찾는 경우도 있다.
  이 학교지기는 “산업화된 한국 사회에서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불안해한다”며 “그럼에도 자신만의 삶을 일궈가려는 청년들이 대안 대학을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에는 정규 강의뿐만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한 다양한 강의들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원영 기자

  배우는 이가 중심이 되는
  대안 대학의 수업
  정보전달식 강의에 익숙한 우리나라 학생들은 자신이 주체가 돼야 하는 토론식 수업이나 조별 학습에 당황하는 편이다. 초, 중, 고등학교 때부터 강의자의 정보전달식 수업을 받아왔고 대학에서까지 이러한 수업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대안 대학의 수업은 주로 책을 읽고 학생들끼리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토론과 함께 쪽글을 쓰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도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대안 대학에는 일반 대학처럼 전공이 없고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이번 학기 풀뿌리사회지기학교에는 정규 강의뿐만 아니라 채식 공부, 옷 만들기, 집 만들기, 연예인과 한국 사회, 조선왕조실록 강의같이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한 강의들도 진행되고 있다.

  일반 대학의 학생들은 학기가 끝나면 A, B, C가 적힌 성적표를 받아든다. 교수의 평가내용은 없고 상대평가 비율대로 나눠진 학점만 적힌 성적표가 매정하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풀뿌리사회지기학교는 상대평가를 기준으로 하는 성적을 매기지 않는다. 대신 강의자의 평가가 담긴 학기말 평가서가 주어진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에 재학 중인 김민주 학생은 “칭찬과 보완해야 할 점이 담긴 학기말 평가서는 선생님에게 받는 조언과 편지 같다”며 “평가서가 다음 학기 공부에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주어진 길을 달려갈 것을 요구하는 기존 교육에서 정작 배우는 이는 소외되기도 한다. 대안 대학은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해 배우는 이를 중심으로 교육하려고 노력 중이다.

  대학의 가치가 되살아나기를
  대안 대학의 토론식 교육은 우리대학의 필수교양 과목인 이해와 소통 프로그램을 연상시킨다. 20명 내외의 소규모 토론식 강의인 이해와 소통 프로그램은 대규모 강의가 주류를 이루는 대학에서는 보기 힘든 수업이다. 하지만 필수교양으로 지정돼 학생들이 강제적으로 수강해야 하고 적은 수의 학생들이 수업을 듣다보니 학점 경쟁이 치열해져 학생들의 만족감은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토론식 수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의견과 교수의 피드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대안 대학은 취업률에 열 올리고 치열한 경쟁의 장이 돼 버린 일반 대학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생겨났다. 이들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배울 수 있는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늘어나는 대안 대학들을 살펴 대학이 놓치고 있는 대학 본연의 기능과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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