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선,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인가?
제19대 대선,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인가?
  • 이한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7.04.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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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가을 수만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분노와 항의의 표시였다. 2016년 10월 29일 첫 대규모 집회 이후 촛불시위는 주말마다 이어졌고, 마침내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인용됐다. 그리고 오는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촛불시위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어떻게 정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를 증명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2016년과 2017년 겨울 뜨거웠던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다가오는 봄 대선에서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고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존재하는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깃발 아래 하나로 모였던 시민들은 이제 다음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을 것인가라는 선택지 앞에 섰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 후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 정치 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 지형의 변화가 시작될 것인가?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정치 지형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 대한민국 정치를 설명하는 주요 특징들 중 하나는 지역주의였다. 지난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영남에서, 그리고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영남에서,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반면 여타 지역에서 이 정당들의 득표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러한 지역주의 양상이 관찰될지는 주요 정당 후보들 간의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예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여론조사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주요 후보가 특정 지역에서만 지지를 독점하는 양상이 뚜렷하게 관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정당 지지율 역시 한 정당이 특정 지역들에서 지지율이 매우 높고 낮은 양상이 과거에 비해 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일군의 학자들은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 기준이 이미 ‘지역’이 아닌 ‘정당’을 중심으로 변해왔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영남 유권자들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 영남 지역의 지지를 독점해왔던 정당은 더 이상 이 지역의 맹주가 아닌 듯하다. 또한 과거 스스로를 보수라 칭했던 새누리당 출신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 역시 이 지역에서 그다지 높지 않게 나타난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 그리고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이 영남과 호남에서 지지율을 다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와 다른 이러한 모습이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다음 선거에서 다시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후보나 정당들이 등장하고 유권자들이 이들을 선택한다면 이번 대통령 선거는 변화의 시작이 아닌 그저 이례적인 선거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촛불시위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이 시민이었던 것처럼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 지형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이어 가는 것도 결국 유권자가 될 것이다.

  투표 참여의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기표소 안에서 누구를 선택하는가에 앞서 투표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연령대가 낮아짐에 따라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대의 투표율은 낮은 편에 속한다. 예를 들어,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계층은 20대로 약 68%의 투표율을 보인 반면, 50대와 60대는 80% 이상의 투표율을 보였다. 제17대 대선에서는 20대의 투표율이 약 43%였고 50대 이상의 투표율은 76%를 넘었다. 17대 대선에서는 세대 간 투표율의 격차가 18대 대선에 비해 더 컸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유사하게 관찰된다.

  때로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노인 정책에 비해 대학생이나 청년을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고 정치인이나 정부를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은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2015년도의 예산을 살펴보면, 측정에 따른 편차가 존재할 수 있겠으나, 65세 이상의 노인을 위한 예산이 청년 일자리를 위한 예산에 비해 약 4~5배 정도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제19대 국회의원들 역시 청년을 위한 법안보다 노인을 위한 법안을 상대적으로 더 빈번하게 발의했다. 물론 청년에 비해 노인을 위한 복지비용이 더 높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불균형은 객관적 상황의 차이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정치학자들은 참여의 불평등이 정치적 불평등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대의민주주의는 투표를 통해 유권자들이 대표자들을 선택하고, 이들이 정책을 결정하는 제도이다. 다른 조건들이 유사하다면, 대표자는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재선을 생각한다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려 할 것이다. 정부와 대표자들이 청년과 학생을 위한 정책에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을 보이는 까닭은 이 계층의 상대적으로 낮은 정치 참여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투표율은 다양한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박빙의 선거에서는 전반적인 투표 참여의 증가를 관찰할 수 있다. 즉, 유권자들은 승부가 비교적 뚜렷한 선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낮을 때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청년 유권자들 역시 때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없거나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할 것이다. 그 이유가 어찌 됐든 선거일에 포기한 자신의 권리는 미래의 자신의 이익을 포기해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촛불의 경험과 투표 참여
  투표 참여를 설명하는 또 다른 변수는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이다. 정치 참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자신들의 요구와 주장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한다. 또한 정치에 관심이 없는 시민들 역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즉,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 때문에 유권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 촛불 시위를 통해 우리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이 유권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

  이번 촛불시위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청년들의 참여 역시 다른 연령대의 참여율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더 나아가 중·고등학생들의 참여 역시 눈에 띄었다. 전통적으로 낮은 정치 참여를 보였던 청년층이 이러한 경험을 통해 참여가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앞으로의 선거에서 특정 연령대가 지속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보이는 모습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청년층의 투표 참여율이 과거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성을 갖는다면, 청년들이 비판하는 정부의 정책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번 선거가 청년들을 위한 정책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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