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로 세상보기] 한 송이의 꽃이 양심에 뿌리내리도록
[네모로 세상보기] 한 송이의 꽃이 양심에 뿌리내리도록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4.09.30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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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 <인간의 두 얼굴 제2부 사소한 것의 기적>
 
화단 조성 전(좌)과 화단 조성 후(우)의 모습. 무단투기로 몸살을 앓던 이곳에 화단을 조성하자 아무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됐다.






 



 

   당신이 사는 동네 골목 구석에 누군가가 무단 투기한 쓰레기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상식적인 당신은 어떤 양심 없는 이의 소행인지 혀를 차며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그러나 이름 모를 누군가가 계속해서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고, 쓰레기가 쌓여간다면 어떻게 될까. 당신은 단 한 번도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지나칠 자신이 있는가.

  평소 규칙을 잘 지키는 도덕적인 사람도 누군가가 사소한 규칙을 어기면 똑같이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것은 1982년 미국 럿거스 대학의 심리학과 조지 켈링 교수가 주장한 ‘깨진 창문 이론’이다. 그 이론에 따르면 깨진 창문과 같은 아주 작고 사소한 빈틈을 방치하는 행위가 장차 더 큰 범죄의 빌미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 이론에서 어떤 범죄가 발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철저히 믿고 의지하는 도덕관과 양심이 아닌 우리가 현재 처한 환경이다. 다큐는 이를 이용해 사소한 환경의 변화로부터 큰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한 가지 실험을 한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쓰레기를 투기하던 당신의 동네 특정 지점에 작은 화단을 만드는 것이다. 다큐 제작진들은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던 곳에 한눈에 봐도 키가 작고 연약한 꽃들을 심었다. “말짱 헛 거여 헛 거!” 그간 감시도 해보고 경고문도 붙여봤던 주민들은 이 작은 변화가 무단 투기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날 새벽, 당신의 이웃은 여느 날과 같이 불법 투기할 쓰레기를 들고 그곳을 찾았다. 화단을 발견한 그는 들고 온 것을 차마 여린 꽃 앞에 내려놓지 못하고 고스란히 집으로 가져간다. 날이 밝을 때까지도 그곳에는 단 하나의 쓰레기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관리하지도 않는 무소속의 대상은 사람으로 하여금 ‘함부로 해도 좋다’는 유혹에 빠지게 한다. 다수의 주민들이 떠난 채 관청과 주민들도 관리하지 않는 재개발 지역은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지역적 환경이라고 한다. 범죄의 유혹을 느끼는 이들에게 누구의 것도 아닌 것만 같은 재개발 지역은 깨진 창문과 같지 아닐까. 누구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곳처럼 방치해뒀기 때문에 창문 하나가 깨지고 쓰레기 한 봉지가 무단 투기되고 심지어는 한 사람이 살해당하는 큰 범죄로까지 발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일 그곳에 더 많은 CCTV와 더 밝은 가로등 아니, 한 송이의 꽃, 한 폭의 벽화가 있었더라면 범인은 선량한 우리의 이웃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그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에 앞서 한 번 더 망설일 여지가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누가 먼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지 내기하는 북풍과 태양의 이야기에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태양의 따스한 햇볕이었다. 북풍의 강요와 겁박은 오히려 나그네가 몸을 웅크리고 외투를 부여잡게 했다. 나그네를 바꾸려 옷자락을 잡아 끈 북풍이 아닌 그가 자발적으로 옷을 벗을 환경을 조성한 태양이 내기의 승자가 된 이 우화에서도 환경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지 않은가. 싸늘한 북녘바람같은 법과 규범을 들이밀기에 앞서 강한 한 송이의 꽃의 미소가 우리의 양심에 뿌리내리도록 주변의 환경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범죄 예방의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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