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편견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편견
  • 허민숙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 승인 2016.04.11 20:3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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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페미니즘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을까?

  당신도 ‘꼴페’(꼴통 페미니스트)가 싫은가.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페미니즘을 말하는 데 있어 금기를 느끼는가.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각들을 담아봤다. 우리는 과연 페미니즘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있을까? 페미니즘을 연구하는 허민숙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에게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시각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Q. ‘저는 성평등주의자이지만 페미니즘은 싫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요?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증후군이군요. 여성운동이 지향하는 바는 공감하지만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규정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곧 잘 이런 말을 합니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은 사회일수록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드러내기 두려워합니다. 공격과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까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페미니스트운동이 무엇을 바꾸고자 하는 것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면 더 이상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이라고 말하지 않게 될 겁니다. 그런 점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할 수 있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많이 열려 있어야 하는데 우리사회는 그게 무척 부족한 형편이죠.

  Q.페미니스트는 여자이며 남자는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나요?
  아뇨. 남자 페미니스트가 얼마나 많은데요. 제가 다니던 미국의 대학에서는 적지 않은 남학생들이 여성학을 전공으로 혹은 부전공으로 선택하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반면에 신체적인 성별은 여성이지만 아주 가부장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여성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죠.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그런 경우가 더 많고요. ‘여자라면 자동적으로 페미니스트, 남자라면 자동적으로 반(反)페미니스트’라는 공식은 잘못된 겁니다. 성별은 남성이지만 여성운동에 공감하고, 여성운동이 결국은 여성과 남성 모두를 해방시키기 위한 사회운동과 실천이라는 것에 동조한다면 남성들도 얼마든지 페미니스트가 되고 여성운동에 동참할 수 있겠죠.

  Q.최근 여성상위시대라는 말이 빈번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성운동은 여성상위시대를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왜 누군가가 누군가의 위에 있어야 하나요? 여성들이 좀 더 배려를 받고 보호를 받는 경우가 있는 것을 여성우월 내지는 여성상위와 혼동하지 않는 것이 필요해요. 임산부인 경우 좀 더 배려받을 수 있고 여성 아동인 경우에 성폭력과 같은 범죄 피해가 더 우려돼 보호대상이 될 수도 있겠죠. 여성운동이 지향하는 것은 동등한 권한입니다. 어떤 성별이 다른 성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권한과 권력을 갖는 것에 반대하며 사회적 권력과 권한이 성별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봅니다.

  Q.‘페미니스트들이 원하는 것은 사실 평등이 아니라 남성을 지배하는 것이다’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죠. 여성운동이, 여성운동가들이 무엇을 하려는지를 아예 들으려 하지 않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게 단정하죠. 남성들의 것을 빼앗고 남성들을 짓밟고 올라서려는 것, 여성우월과 여성상위를 외치는 것을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하죠. 무언가를 자세히 알아보려 하기보다는 그냥 싫은 감정이 앞서면 이렇게 단정하게 될 수 있어요.

  또 한편으론 이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평등의 의미를 잘못 받아들이고 있는거죠. 남자가 남자의 역할을 하고 여자가 여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평등이고 자연스러운 삶의 질서이다. 이렇게 믿고 있는 상황에서는 여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것이기에 불편하고 불쾌하게 생각되는 것이지요. 여성들에게 여성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가 있으라고 호통치는 것, 이기적이고 말 안 통하는 페미니스트들이라 비난하는 것 역시 평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오는 행동들일 수 있어요.

  Q.페미니스트들은 연애나 결혼을 반대한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특정한 형태의 연애와 결혼을 반대하죠. 연애와 결혼 내에서 평등하고 독립적이고 상호 협력하는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면 연애와 결혼을 왜 반대 하겠나요? 그럴 이유가 없죠. 서로 성장하는 관계,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발전하는 관계라면 너무나 좋죠. 권장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친밀한 관계여도 어느 누군가가 더 많은 권력을 갖고 명령하고 통제하는 관계,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자기 방식대로 살거나 생각할 것을 강요하는 연애나 결혼 관계는 건강하지 못한 관계라고 생각하고 이런 관계는 반대해요.

  중요한 건 이러한 일들이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통제와 압박을 ‘걱정과 염려’, ‘보호하고 싶어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거죠. 데이트 폭력, 스토킹이 범죄로 잘 인식되지 않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거 같은데…’ ‘관심이 많아서 그러는건데…’라고 폭력을 로맨스로 해석하는 문화가 넓게 자리 잡고 있죠.

  Q.정말 페미니스트들은 아이를 싫어하고 가족을 돌보지 않나요?
  그럴 리가 있나요. 개인 차이는 있을 수 있지요. 아이와 가족보다 내 삶과 일이 우선인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이것은 페미니스트여서가 아니라 개인의 성향인거죠. 남성은 없을 것 같나요? 남성 중에도 아이와 가족을 별로 원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들도 있죠.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굳이 결혼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아이를 낳는 것에도 관심이 없을 수 있어요. 개인의 선택이지요. 사회제도와 관습을 들먹이며 이들을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취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느 누구나 그저 자신인 채로 자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권리가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의 행복도는 높아질 거니까요.

  Q.여성전용주차장이나 여성전용좌석 등에 대한 올바른 시각은 무엇일까요?
  여성전용주차장이나 여성전용좌석은 얼핏 보면 마치 여성을 우대하는 제도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제 많이 알려졌다시피 여성전용주차장은 백화점의 고객마케팅으로 처음 등장한 것이고 여성전용좌석은 버스 내 성추행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지요. 이 두 제도의 공통점은 이렇습니다. 만일 남성이 여성전용좌석에 앉거나 여성전용주차장에 주차를 한다고 해도 ‘아무런 사회적 제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지요.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는 마치 여성우대 제도인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킵니다. 성추행을 근절시키고 싶다면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면 되는 일이고 여성 전용주차장보다는 여성들의 일자리 정책, 폭력 피해예방정책 등이 훨씬 중요하고 필요하지요.

  Q.여성할당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할당제라 하면 먼저 ‘여자이기 때문에 봐준다’, ‘여자라서 혜택을 준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적극적 우호조치’라 칭하는 것이 더 적절한데요. 그간의 사회적 편견과 억압에 의해 불이익을 받아왔던 사회적 약자들(여성, 소수민족, 소수인종, 장애인 등)이 교육기회 및 채용과정에서 근거 없이 배제되지 않도록 특별히 유념하는 것을 말합니다. 성평등을 이룬 국가들에서 이러한 제도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가뿐 아니라 한 국가 내 조직에서 ‘적극적 우호조치’는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고용과정에서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어떤 차이(성별, 인종, 장애, 성적 지향 등)들로 차별받는 것을 무척 경계하는 것이 기본원칙이에요. 여성권한 척도 1위를 자랑하는 노르웨이는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03년 상장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 40%를 의무화했지요. 그 결과 2000년도에 5%에 불과했던 기업 이사회에서의 여성비율이 2007년도에 40%에 이르게 됩니다. 다양한 인적 자원을 골고루 활용할수록 조직과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Q.마지막으로 페미니즘과 관련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페미니즘에 대한 감정과 느낌이 아마 부정적 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지금 이대로가 익숙한데, 자꾸 현실을 비판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페미니즘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사회에서 페미니즘을 불편하게 생각하라는 그대로 따라한 것일 수도 있죠. 페미니즘이 말하고자 하는 바로 이것이라 생각해요. 사회가, 미디어가, 많은 사람들이 으레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 다른 입장에서 해석해보기. 불편함과 회피를 떨치고 조금 용기를 내어본다면 아마 다른 세상이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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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는좋지만의무는싫다 2019-12-30 11:56:31
희안하게 해외에서 좋은 운동,이념이었던 것도 우리나라만 들어오면 이상하게 변질됨
남녀 모두 "인간" 이고 마땅히 존중받아야할 인격체며 남녀가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뤄야 하는데
우리나라 페미니즘은 역차별이나 남성혐오로 심각하게 변질되버렸음. (그놈의 워마드, 메갈 등이
페미니즘에 빌붙어서 남녀 싸움을 부추기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애들한테 남성혐오와
페미코인을 잔뜩 주입시키고 있음. 사실 페미니즘은 여성권리에나 신경쓰지 정작 남성이 받는
차별에는 관심도 없고, 자신들이 받은 차별만 강조하며, 정작 남녀 모두 군대에 가야 한다 같은
의견이 나오면 "대다수 여성에게 병역의무는 무리이고 남성이 누리는 권리만 똑같이 내놓아라" 는
식으로 나옴. 특히 각종 성평등 관련 통계를 조작해서 기사 낼때마다 한숨이 나옴

중요한걸빼먹었네 2019-12-30 11:44:47
정작 한국의 현 폐미니즘은 정상이 아니라 심각하게 변질된 상황이란건 건너뛰고 무조건 좋다고만 하네
한국 페미니즘은 이미 역차별을 넘어 남성학대로까지 변질되가고 있음. 오죽하면 넘어지는 여성 붙잡아주기만해도 성희롱으로 고소당할수 있으니 잡아주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말이 나올까. 이런 말이 단순히 페미니즘을 비꼬는 "일부" 남성만의 애기가 아니라 워낙 한국 페미니즘이 정상을 넘어 비정상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만 있으면 성희롱 아니면 여성차별 프레임을 씌워버리고, 정작 그에 걸맞는 의무는 아무것도 안하려고 함. 페미니즘의 본질은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인격존재이며,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여야 되는데 국내 페미니즘은 동등한을 넘어 더 우월한 권리를 원하고 의무는 원하지 않는다로 가고 있음..

ㅇㅇ 2018-12-16 10:03:24
한남 죽이자는 페미니즘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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