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다행히 앞으로 정부는 미세먼지 발표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작년보다 4배 정도 늘어나겠지만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그 외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실망스럽다. 중국을 탓하면서 ‘자율형 차량 2부제’, ‘무료 지하철 운영’ 등 정부가 기껏 내세운 저감 조치는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제 우리도 디젤 및 노후 차량 도심 진입 금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생계형 디젤차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이나 화력발전소를 놔두고 디젤차 운행만 금지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슈투트가르트의 미세먼지가 전적으로 교통 때문에 유발됐다 하니 이 원인 또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한다. 인구 천만의 서울 교통량이 인구 63만의 슈투트가르트보다 적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 탓만 할 수도 없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인식 또한 변해야 한다. 자동차 공회전을 일례로 들어보자. 서울 등 지자체들은 5분 이상 자동차 공회전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에는 과태료 5만 원을 부과하는 조례가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를 지키는 사람도, 단속하는 사람도 없다. 내가 사는 동네는 남산 아래 첫 동네라 서울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또는 달동네라는 이유로 TV 드라마 등 촬영이 있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던 주민들도 이제 촬영 차량을 보면 불평부터 한다. 촬영 장비 때문인지 대형 차들이 몇 시간이고 시동을 켜 놓은 채 엄청난 소음을 내며 정차해 있고 가끔은 스태프나 배우가 탄 승합차가 골목길에 엔진을 켜 놓고 (겨울에는 히터, 여름에는 에어컨을 끄지 않으려고) 몇 시간이고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이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이 출동해야 겨우 엔진을 끄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도 공회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위가 있는 날 세종대로에 가보라. 전경 버스들이 몇 시간이고 엔진을 켜 놓고 서 있다. 개인들도 조금 귀찮다는 이유로 엔진을 켜놓고 정차해 있기 일쑤다. 예열하기 위해서 미리 켜놓은 시간, 잠깐 커피 한 잔 사러간 사이, 유치원에서 아이를 데려오는 사이 등등.
반면 지난여름 나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신선한 경험을 했다. 오페라 건물 바로 옆 도로에 택시 한 대가 정차했고 기사가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 실린 손님의 짐을 내려주고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시동을 켜놓은 채였다. 그러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시민이 택시 기사에게 당장 시동을 끄라고 소리쳤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가세해 택시 기사를 나무랐고 결국 택시 기사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고급 SUV 차량에 대한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아스팔트가 깔린 도심에서 주로 달리는데 이런 비포장도로용 디젤차가 왜 필요한가?
우리도 이제 일상생활에서 미세먼지 줄이기를 실천해야 한다. 정부는 중국 탓만 하지 말고 석탄발전소 가동중지, 디젤차 및 노후 휘발유차 퇴출 등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번 주도 일주일 내내 미세먼지가 나쁨이라고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 도심은 하얀 먼지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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